“이른바 ‘구글세’가 도입되면 어느 날 갑자기 중국 현지법인이 벌어들인 돈을 국내 본사로 가져오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중국 세무당국이 영업이익에 대한 세율을 일방적으로 바꾸면서 세금을 완납할 때까지 외환거래를 금지시키기 때문이죠.”
글로벌 세금전문 법률컨설팅회사 WTS의 마틴 응 중국법인 이사는 17일 서울 삼성동 아셈타워에서 열린 ‘BEPS가 글로벌 비즈니스에 미치는 영향 및 기업의 대응전략’ 콘퍼런스에 연사로 나서 “한국 기업들이 BEPS 체제에서 세금 부담이 급격히 늘어나는 위험을 피하기 위해 준비를 철저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흔히 구글세로 불리는 ‘국가 간 소득 이전을 통한 세원 잠식(BEPS) 대응 체제’는 글로벌 기업들의 조세 회피를 막기 위한 조치다. 주요 20개국(G20) 등 국제 사회가 도입을 결정했으며 2020년까지 완료된다. 한국에서는 연매출 1000억원, 해외 매출 500억원 이상 기업에 적용되며 대상 업체는 800여개로 추정된다.
응 이사는 “중국은 국제사회의 BEPS 대응 체제 도입 결정 이전인 2008년부터 비슷한 형태의 과세제도를 추진해왔다”며 “지난해 3월부터 12월까지만해도 80개 다국적 기업에서 30억위안(약 5640억원)의 세금을 추가로 거둬들였다”고 말했다. 중국 현지법인에 대한 법인세율을 10%에서 35%(부가가치세 10% 포함)로 바꾸는 방법 등을 통해서다.
중국에서는 해외 본사로부터 제공받는 기술을 서비스이용금으로 회계처리하면 10%의 법인세를 적용받지만 특허료(로열티)로 분류되면 25%의 법인세를 내야 한다. 중국에서 BEPS 대응 체제가 본격 시행되면 한국 기업들의 타격이 클 것으로 응 이사는 전망했다.
이날 콘퍼런스에서는 BEPS 대응체제에 대해 기업들이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는 조언이 이어졌다. 이재목 기획재정부 국제조세과장은 “앞으로는 해외법인이 갖고 있는 창고 등의 시설이 고정사업장으로 분류되면서 세금이 늘어난다거나 해외법인에 빌려준 자금에서 이자를 받기도 까다로워지는 일이 벌어질 수 있다”며 “세금을 납부하는 과정에서 기업들 부담도 증가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이번 콘퍼런스는 한국CFO협회와 법무법인 화우가 주최하고 한국경제신문사가 후원했다.
■ BEPS
국가 간 소득 이전을 통한 세원잠식(base erosion and profit shifting)이라는 뜻이다. 구체적으론 기존 국제 조세제도의 허점이나 국가 간 세법 차이 등을 이용해 세금을 줄이려는 행위를 말한다. 구글이 대표적인 회사로 꼽히면서 BEPS에 대한 세금을 ‘구글세’라고 부르기도 한다.